2009/07/01 16:47

[Review] 서태지 8집 / 8th Atomos (2009)

8th Atomos
서태지
서태지컴퍼니, 2009
★★★★

Track List _ 1. Moai 2. Human Dream 3. T'ikT'ak 4. Bermuda [Triangle] 5. Juliet 6. Coma 7. Replica 8. 아침의 눈 9. Moai (Rmx) 10. T'ikT'ak (Rmx) 11. Bermuda (Rmx) 12. Coma (Nature)


인터넷상에서 이 앨범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싱글에 수록된 곡들을 정규앨범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앨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브릿지곡이 없다 등등..

일단 필자가 이 앨범의 리뷰를 쓰는 데 있어서 이러한 논란들은 모두 집어치우고 순수하게 음악만 논해 보겠다. 여러가지 잡스러운 논란거리들이 개입되면 리뷰를 쓰는데 있어서 할 말이 더 많아지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골치아퍼지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싱글의 수록곡들과 2곡의 신곡, 그리고 리믹스 곡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싱글의 수록곡들을 포함하여 앨범의 전곡은 뉴욕에 위치한 세계적인 마스터링 스튜디오 Sterling Sound의 Chief 엔지니어인 Ted Jenson이 맡았다. Ted Jenson은 카펜터스같은 오랜 역사의 아티스트를 포함, 최근 Green Day나 Fall Out Boy의 앨범 등을 마스터링한 바 있다. 이렇게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손길을 거친 이번 8집 정규앨범의 사운드는 두말할 것 없이 우수하다. 특히 이전에 발매했던 싱글 앨범의 수록곡들과 현 앨범의 수록곡들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의 격차를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눈에 띌 정도로 변화가 느껴지는 곡들 몇 곡이 있는데, 'Human Dream' 에서는 비트 하나하나가 선명해지고 'Bermuda [Triangle]' 은 사운드가 훨씬 역동적으로 변했을 뿐더러 서태지의 보컬 또한 특정 부분에서는 더욱 선명하고 높아져 있다. (이건 말로 직접 설명하긴 힘들고 직접 들어보길 권한다.) 'Coma' 는 악기간의 조화가 이전보다 더욱 좋아졌다. 특히 귀에 거슬릴 정도로 찰랑거리던 어쿠스틱 기타의 소리가 줄었으며 도입부와 중간에 간간히 들리는 건반의 소리는 선명함의 정도를 줄여 곡에 잘 녹아내린다.

이렇게 리마스터링된 기존 싱글의 곡들과의 비교를 통해 서태지가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우리나라의 마스터링 기술의 현재 위치와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의 신곡이라 할 수 있는 2곡 중 'Replica' 는 무거운 기타리프와 곡의 전반적인 느낌이 마치 7집 앨범 'F.M. Business' 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곡에 사이에 삽입된 여러가지 소리와 무거운 건반의 소리는 거기서 좀 더 진보한듯한 느낌을 준다. 서태지의 보컬 또한 이 앨범의 수록곡 중에서 가장 빛을 발하고 인상에 남게 한다. 가사의 각 파트마다 다른 분위기로 노래를 부르며 특히 후렴구의 절정부분에서는 어떠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아침의 눈' 은 이 앨범에서 가장 느리고 차분한 분위기의 곡으로 7집 앨범 '0 (Zero)' 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이 역시 거기서 좀 더 진보한 느낌이다. 가사는 제목만큼이나 서정적이며 또 시적이다. 현재 타이틀곡으로 확정된 곡이며 뮤직비디오 역시 'Coma' 와 함께 공개예정이다. 'Coma (Nature)' 는 'Coma' 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차분해진 분위기가 새로움을 준다.

신곡들 만큼이나 주목을 해야 할 부분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떻게 보면 신곡들 보다도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이 리믹스인데, 곡을 들었을 때 어느 가수에게도 느낄 수 없던 그만의 독창성이 느껴진다. 곡들이 전반적으로 어느 뮤지션의 영향을 받았다던가 아니면 그가 만들었던 이전 곡들과 연상시켜볼래도 그럴 수가 없을 만큼 그렇다. 솔직히 그가 작년에 '네이처 파운드' 를 논했을 때 별로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번 새로이 리믹스된 곡들은 정말 '네이처 파운드' 그 자체다. 단순히 곡을 리믹스 하는 개념 그 이상으로 접근하여 그는 곡을 '연출' 하고 있는듯 하다. 굳이 눈앞에 여러가지 영상이 펼쳐지지 않아도 여러가지 풍경이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Moai' 에서는 마치 어느 숲속에서, 'Bermuda [Triangle]' 은 어느 밤길에서 노래를 듣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T'ikT'ak' 역시 대자연을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리믹스에 관해 설명을 길게 한 이유는 서태지가 이제 단순히 록이라는 장르적 틀, 그리고 어떠한 것에 영향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이런 사운드를 연출하기까지에 있어서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을테고 또한 서태지가 현역 뮤지션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보여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서태지의 이번 8집 앨범은 여러가지 면에서 사람들이 많이 꼽는 그의 명반 '5집 (일명 Take 앨범)' 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면에서도 스케일이 다르며 음악적인 면에서도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최상의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앨범 뿐만 아니라 다음 앨범에서도 그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의 음악적 아이디어나 창작의 샘은 고갈되지 않았으며 발전의 여지는 앞으로도 무한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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